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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8AIDS 바이러스 (HIV)가 약해지고 있다?
전세계적인 HIV에 대한 연구는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과 항 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 (antiretroviral therapy, ART)를 통한 전염 억제에 집중되고 있다. 반면, HIV 전염성의 변화에 따른 자연적인 인체 내 항바이러스 면역 반응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이론적으로, 새로운 풍토병을 유발하는 전염병의 감염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하게 되어있다, 왜냐하면 감염의 기본 전제에는 숙주의 생존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HIV 감염에서는, 발병력 (virulence)과 전염력 (transmissibility) 사이의 tradeoff가 존재한다. HIV 바이러스 양이 증가하면 발병력이 높아지지만, 숙주의 사망률과 AIDS 감염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약 30,000 copies/mL 바이러스의 양은 전염력이 높으며 숙주가 가장 길게 생존할 수 있는 수치라고 알려져 있다.
풍토병과 HIV의 발병력의 관계는 아래 두 가지 과정으로 설명될 수 있다. 첫 번째는 주조직적합체(MHC)의 주요 구성체인 HLA에 의한 바이러스의 자발적인 진화이며, 두 번째는 ART의 전세계적인 사용 빈도 증가이다.
개개인이 발현하고 있는 HLA 유전자가 종류가 HIV-1 감염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다. HLA는 바이러스 감염된 세포와 이를 사멸시키는 세포독성 T 세포 (cytotoxic T lymphocytes, CTLs)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HIV는 바이러스 자신의 복제 능력 (VRC)를 감소시키고, 면역 반응 회피성 돌연변이들을 선별하여 이와 같은 면역 반응을 피해나간다. 이와 같은 CTL 회피성 돌연변이들은 다시 인체 감염을 통하여 전파되고, 많은 개체의 숙주에 축적됨으로써 바이러스 측면에서 성공적인 정착 생활을 이어나간다.
1990년대 에이즈가 창궐했던 보스와나에서 채집한 HIV의 세포 성장을 관찰한 결과, 예전에 비하여 바이러스가 면역체계를 더욱 능숙하게 피해가는 반면, 보다 적은 수로 자신을 복제함으로써 전염성과 치명성이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HLA에 연관된 보호 작용의 감소와 순차적인 VRC 감소, 그리고 면역 반응의 중추인 HLA 대립 유전자의 바이러스 순응 효과 등은 어른의 양성화율이 0.1%가 넘지 않는 일본의 전염 과정상에서 명백하게 나타났다. 이와 같은 HIV의 환경 적응과 자연적인 변화는 일본에 비하여 남아프리카는 어른 양성화 비율이 100배가 높다. 약 6,100,000 명이 HIV 보균자인 남아프리카의 경우에 비하여 보스와나에서는 몇 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HIV 감염이 증가하였다. 이와 같은 현상은 보스와나에 비하여 남아프리카에서 ART 치료제의 사용이 몇 년이나 늦게 이루어진 것과도 연관되어 있다.
남아프리카 Durban에 비하여 보스와나 Gaborone에서 면역 반응의 중추인 HLA에 대한 HIV의 높은 적응력 확인
Gaborone (n=514, 평균 연령 27.5세)과 Durban (n=328, 평균 연령 27.3세)에서 ART를 받은적 없는 임산부들 집단을 비교 관찰한 결과, Gaborone 집단에서 다소 낮은 양의 바이러스가 측정되었으며(15,350 vs 29,350, P < 0.0001), CD4+ 세포의 수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342 cells/mm3 vs. 397 cells/mm3, p=0.007). 두 집단이 비슷한 연령대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낮은 CD4+ 세포의 수는 Gaborone 집단이 보다 진보된 질병 상태에 이르렀음을 암시한다. 두 집단에서 바이러스의 양은 CD4+ 세포의 수와 반비례하였으나, Gaborone 집단에서 전체적인 HIV의 양은 CD4+ 세포 수에 비하여 낮게 나왔다. 이는 HIV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인구 차이 등을 포함한 많은 연구 결과들로부터 HIV의 VRC가 Durban에서 보다 Gaborone에서 낮을 것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6개 class I HLA에 대한 군집에서 Gag, Pol, 그리고 Nef HIV-1 등 HIV를 구성하는 바이러스 유전자의 인체 내 면역 체계에 대한 적응 정도를 분석하였다. 이와 같은 접근 방법을 통하여 Gaborone에서의 바이러스 유전자 서열상의 변화는 Durban의 경우와 비교하여 볼 때, 실직적으로 HLA 관련 면역 체계에 대항하여 잘 적응했음을 알 수 있었다.
Gaborone 지역 군집에서 나타난 HLA-B*57/58:01 중심으로 면역학적 방어 능력의 감소 현상 발생
Gaborone에서 관찰된 HLA-B*57/58:01을 발현하는 개인들에게서 나타난 HIV의 적응력 증가는 Durban의 상기 대립 유전자와 비교하여 볼 때, 면역학적인 보호 능력의 감소 현상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보스와나에서 B*57/58:01에 의한 보호 능력 감소 현상은 3개의 인접해 있는 HLA 염색체, HLA-B*57:03, HLA-B*57:03, HLA-B*57:02에서도 확인되었다. 그러나, MHC class 대립 유전자 위치상 다소 떨어져 있는 HLA-B*39:10, HLA-B*81:01, 그리고 HLA*42:01상에서는 유전 형질상의 차이가 없었다.
Gaborone에서 인구 수준 대비 더욱 감소된 바이러스 복제 능력
수여자의 CD4+ 세포수가 유사한 수준으로 맞추어진 Gaborne과 Durban 군집 (CD4+ 세포 수 평균: 각각 385/mm3와 389/mm3) 사이에서 VRC의 수준을 분석한 결과, VRC는 Gaborone 집단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았으며 (VRC 평균: 0.72 vs. 0.81, p=0.028), 다른 연구에서와 유사하게 두 곳에서 모두 낮은 CD4+ 세포수를 나타낼수록 VRC는 높게 나타났다 (r=-0.31, p=0.01). 이와 같은 결과는 앞서 언급한 바이러스의 복제능의 감소와 면역 반응에 순응하는 자체적인 변화를 통하여 숙주의 생명 연장과 함께 자생의 방법을 획득한다는 가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동일한 인구 군집 내에서 수십년에 걸친 CTL epitope 변화 발생 빈도의 증가 현상
Durban에서 2002~2005년 사이 등록된 군집과 동일 지역의 2012~2013년 사이 등록된 군집을 비교 분석한 결과, Gag 유전자가 HLA 유형별 변화 소재로 결정되었으며, 이에 따른 Gag CTL epitopes 내에서의 돌연변이 발생 빈도를 조사하였다. 2002~2005 군집과 2012~2013년 군집을 비교하여 볼 때,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돌연변이 발생 빈도가 감소된 군집은 없었으며, 오히려 이들 중 17개의 돌연변이들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P<0.05)으로 발생 빈도가 증가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에이즈에 가장 오래 시달려온 보스와나의 경우, 그 보다 10년 뒤에 에이즈가 전파된 남아프리카공화국보다 바이러스 복제율이 10%나 낮았다. Philip Goulder 교수는 “20년 전만 해도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발병하기까지 10년이 걸렸는데 지난 10년새 보스와나에선 발병기간이 12.5년으로 늘었으며 이는 급속한 변화”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HIV에 의한 에이즈 발병 감소는 사망자 추세로도 확인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세계 에이즈 감염자는 3500만명 안팎으로 추정되며 지난해에만 약 150만명이 숨졌다. 지난해 사망자 수는 2009년에 견줘 22%, 2005년보다는 35%나 줄어든 수치다.
Goulder 교수는 “이런 과정이 계속된다면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는 더 이상 질병을 유발할 수 없게 될 것”이며, “이와 같은 변화의 원인 중 하나는 HIV 치료제의 발달과 무관치 않다”고 설명하였다. 또한, “이런 HIV의 진화는 미국과 같은 다른 곳보다는 에이즈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던 아프리카에서 더 빨리 진행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이에 대해 노팅엄대의 Jonathan Boul 교수 (바이러스학)는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인간은 바이러스에 대해 더 저항성을 지니게 되고 HIV는 결국 거의 무해하게 될 것”이라고 논하였다.
아프리카의 빈곤·질병 퇴치 운동 단체인 원(ONE) 캠페인도 “지난 1년간 에이즈 바이러스의 신규 감염자수가 보균자 수보다 적었으며 에이즈와의 싸움에서 마침내 전환점을 지났다”고 평가했다.
Ref)
Randy Dotinga, Is HIV Becoming Less Contagious? Study from Africa suggests virus is evolving. Healthday, 2014-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