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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7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의 현황과 변화
2014년 12월부터 의약품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를 구제 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그 동안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는 지난 1991년 도입됐지만 그 동안 시행을 위한 구체적인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사실상 무용지물인 상태였다. 피해를 누가 판단할지, 어디까지를 피해로 볼지, 그리고 피해에 따른 보상수준은 어느 정도로 할지 등에 대한 판단이 이십여 년간 미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의약품 부작용 보고건수는 2009년 2만7,010건, 2011년 7만4,657건, 2012년 9만2,612건으로 급속히 늘었다.
이는 독자적인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를 마련해서 시행 중인 외국의 현황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번 의약뉴스에서는 올해부터 도입되는 의약품 피해구제제도에 대해 외국의 사례와 비교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1. 국내 도입예정 제도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는 의료인·약사·소비자 등의 적절한 처방·조제·투약 등 정상적인 의약품 사용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으로 사망 또는 입원할 경우 환자에게 사망보상금·장애급여 등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의 세부 시행내용이 담긴 제정안에는 제약사 부담금 산정기준, 피해구제급여의 지급범위와 절차 등으로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의 부담금 산정기준과 징수방법, 피해구제급여의 지급범위와 지급방법 등의 세부사항이 규정되어 있다.
제약사가 부담해야 하는 부담금은 기본부담금과 추가부담금이며 기본부담금은 국내에서 완제 의약품을 제조 또는 수입 판매하는 모든 제약사가 납부하며, 부담액은 제약사 별 전년도 완제의약품 생산?수입액에 비례하여 산출된다.
부담금 징수, 운영 및 피해구제급여의 지급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담당하며 부담금은 매년 6월 1일과 12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부과되며 제약사는 6월 1일~30일, 12월 1~31일 안에 부과된 부담금을 납부하면 된다.
사업 시행에 따른 단계적 사업비 규모는 2015년 25억원, 2016년에 41억원, 2017년에 90억 5,000만원, 2018년부터는 59억원으로 추산된다.
피해구제급여는 의약품을 적정하게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에 의해 질병, 장애, 사망 등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 원인을 조사· 규명해 피해 유형 별로 구분해서 지급한다.
보상범위는 진료비(본인부담금 전액), 사망일시보상금(지급 결정 당시 최저임금의 5년치), 장애일시보상금(급에 따라 다름), 장례비(지급 결정 당시 평균 임금의 3개월치) 등이다.
다만, 암 치료 의약품(항암제), 체외진단용의약품, 약국제제나 의료기관 조제실제제, 자가치료용의약품 등은 제외되며, 구체적인 제외 대상은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추후 결정할 예정이다. 부작용 피해구제급여 신청은 신청서와 함께 피해 유형별로 피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등을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제출하면 된다. 신청 후, 부작용피해와 의약품 간의 인과관계 원인 규명 등의 조사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설치되는 전담 조직에서 실시하게 된다.
이번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에 따른 보상 범위는 2015년에는 사망부담일시보상금을, 2016년에는 사망일시보상금과 장애일시보상금을, 2017년부터는 모든 유형의 피해구제급여를 단계적으로 지급한다.
지급제외 대상으로 지정된 것은 암 치료 성분(게피티닙 등 83개 성분), 장기 또는 골수 이식에 따른 거부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하는 성분(미코페놀레이트 모페틸 등 9성분), 후천성 면역결핍증 환자를 포함한 면역장애환자 등에게 사용하는 성분, 거대세포 바이러스 감염질환의 예방 또는 치료에 사용되는 간시클로버 등 6성분 등이다.
신청인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해당 질병의 상태를 악화시켰거나 치유거부 및 방해한 경우 피해구제 급여 지급이 중단된다. 또한 거짓 또는 그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피해구제급여를 받은 경우(2배 징수), 피해구제급여를 받은 이후 의료사고로 판명되어 조정.중재를 받은 경우, 잘못 지급된 피해구제 급여가 있는 경우 부당이득이 징수된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의약품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 피해자들이 개별소송을 통해 부작용 인과관계 입증 등에 장기간이 소요됐던 것과는 달리 복잡한 소송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신청을 통해 4개월 이내에 피해보상을 받게 된다.
2. 미국과 영국
미국과 영국은 약화사고에 대하여 민사상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도록 하는 불법행위법을 토대로 하고 있으며, 국가 차원의 의약품부작용 보상체계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는 않다. 두 국가는 불법행위법내 과실, 무과실 책임의 법리에 따라 제조물책임법(product liability)이 형성되어 있다. 제조물책임법은 제조된 물건의 결함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제조자로 하여금 그 피해를 보상하게 하는 법을 일컫는 것으로, 영국은 불법행위에 입각한 과실책임주의를, 미국은 엄격책임주의를 적용하였다. 엄격책임(strict liability)은 제품에 결함이 있으면 제조자의 과실유무에 상관없이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무과실책임을 말한다. 따라서 피해자는 과실을 입증하지 않아도 되며, 조업자의 과실여부에 관계없이 생산물이 제조, 판매당시부터 결함(안전성의 결여)을 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과 그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다는 사실에 대한 개연성만 입증하면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다.
3. 뉴질랜드
뉴질랜드에서는 의료사고뿐만 아니라 모든 개인 상해에 대하여 무과실보상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과실의 책임소재를 입증할 필요가 없고, 단순히 어떤 사고가 고의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만 증명하면 된다. 뉴질랜드의 무과실보상제도(no-fault compensation)는 1974년 기존의 불법행위법 체계를 대신하여 도입되었다. 새로운 제도는 불법행위법과 비교하여 보상 절차가 효과적이어서 보다 많은 피해자들이 빠르게 보상받을 수 있게 된 반면, 개인적인 상해에 대하여 민사소송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 상해의 예방 및 보상을 위한 세금 징수, 보상여부 결정 및 보상금 지급, 상해를 입은 자의 치료, 재활을 위한 서비스 제공 등의 제도 관리는 비영리 국가기관인 사고보상공사(ACC: Accident Compensation Corporation)에서 담당한다.
4. 스웨덴
스웨덴을 비롯한 노르딕 국가에서도 의료사고와 의약품 부작용에 대하여 무과실보상을 기초로 하는 사회공동 보험을 통해 의료비용이나 임금 손실을 보상해 주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모든 약품(백신, 임상시험에 사용되는 의약품 포함)으로 인한 피해에 대하여 생산자, 수입업자, 또는 의사의 과실에 관계없이 보상한다. 보상제도에 있어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일이 가장 큰 문제이나 노르딕 국가의 제도는 인과관계를 따지지 않고, 의약품으로 인해 발생된 피해라면 모두 보상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는다. 스웨덴에서는 그 피해가 의약품으로 인한 것인지의 기준을 “압도적인 가능성(preponderant probability)”으로 정하고 있으며, 통계적으로 따지면 이것은 50%를 조금 넘는 정도를 말한다.
노르딕 제도의 출발은 스웨덴에서 시작되었는데, 스웨덴의 1978년 약화사고 보험(pharmaceutical injuries insurance)은 다른 노르딕 국가들에게 상당한 관심을 일으켰다. 각 국의 제도 운영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닌데, 스웨덴과 핀란드에서는 자발적으로, 노르웨이와 덴마크에서는 강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핀란드의 경우 본래 제도를 법제화할 것을 제안하였으나 경제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임의제도로 도입되었다. 운영조직도 각기 다른데 스웨덴과노르웨이는 민간 보험회사에서, 핀란드는 보험자나 제약기업을 대표하는 조직에서, 덴마크는 의료사고와 약화사고 청구를 모두 다루는 Danish Patient Insurance Association이라는 법정조직에서 청구 신청을 받고, 적절한 보상 수준을 결정하는 등의 일을 맡고 있다. 특히 기금의 운영이 독특한데 뉴질랜드와 같은 보험의 형태를 취하면서도, 국가가 아닌 제약 산업의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기부금은 제약기업 매출액을 바탕으로 매년 일정 비율의 세금 형태로 정해진다. 이것은 시장점유율이 큰 제조업자가 피해를 일으키는 의약품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일반적인 가정을 근거로 한 것이다.
5. 일본
일본은 1979년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를 마련하여 1980년부터 국가가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이 제도를 통하여 과실 없이 정상적으로 사용된 의약품으로 인하여 심각한 건강상의 피해를 입은 피해자를 즉각적으로 구제하기 시작하였다. 모든 부작용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며 부작용으로 인한 질병, 장해, 사망에 한정하고 있다. 질병은 입원치료를 필요로 하는 정도여야 하며, 장해는 일상생활이 현저하게 제한되는 정도로 심각성에 따라 1급과 2급으로 분류된다.
반면 구제급부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는 별도의 공적구제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법정예방접종으로 인한 부작용이나,의약품의 제조판매업자 등에게 손해배상책임이 명확한 경우,또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을 인식하고도 구명을 위해 할 수 없이 통상의 사용량을 초과하여 피해가 발생한 경우 등이다. 또한 부작용 발생 위험이 상당히 높은 항암제, 면역억제제 등은 대상제외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있다. 의약품 부작용 피해 구제 서비스는 1979년에 설립된 법인 ‘의약품부작용피해구제·연구진흥조사기구’에서 제공하였고, 2004년 이 조직이 의약품 허가심사기관과 통합하여 PMDA로 전환되면서 현재 여기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참고자료
1.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에 관한 규정 제정(안)
2. Social Relief Scheme for Serious Adverse Drug Reactions - Lessons from other countries for Korea, Kor. J. Clin. Pharm., Vol. 18, No. 1.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