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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7장내세균의 항우울 및 항불안 효과
최근 국내외에서 인체와 공존하고 있는 장내미생물의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이 많이 밝혀졌다. 봄철이 되면 극성을 부리는 알레르기나 아토피를 비롯하여 비만과 각종 대사질환, 면역질환, 장염, 심장병 등이 우리 몸의 장내미생물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장내미생물이 정신신경계에 작용한다는 연구결과가 Biological Psychiatry 2013년 11월호에 발표되었다.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란?
프로바이오틱스는 체내에 들어가서 건강에 좋은 효과를 주는 살아있는 균을 말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대부분의 프로바이오틱스는 유산균들이며 일부 Bacillus 등을 포함하고 있다. 러시아의 과학자 Metchnikoff가 불가리아 사람들이 장수를 누리는 이유가 발효유의 섭취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낸 이래로 유산균, 프로바이오틱스의 기능성은 오랫동안 연구되어오고 있다.
전통적으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들은 Lactobacillus 등의 유산균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발효유 제품으로 섭취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Bifidobacterium, Enterococcus 일부 균주 등을 포함한 발효유 뿐 아니라 과립, 분말 등의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장내미생물의 기능
사람 장점막 표면에 정착하고 있는 장내 미생물무리는 장관 내부 생태계(ecosystem)를 구성하고 있으며 숫자는 약 10조 ~ 100조마리, 그 세포 수는 인체세포의 약 10배로 추정된다. Microbiota로 불리는 우리 몸속의 미생물들은 다양한 물질대사를 통해 숙주에게 영향을 끼친다. 뿐만 아니라 숙주의 발생 과정, 생식, 면역계, 수명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알려져 있다. 이렇게 우리 몸속의 미생물들은 인간 세포의 능력을 뛰어넘는 생화학 공장을 구축함으로써 인체 건강 전반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미생물은 비타민과 장내 염증을 억제하는 화합물 등 인간이 생산하지 못하는 유익한 물질을 만들어낸다. 과민성대장증후군에서 천식, 크론병, 류머티즘성 관절염 및 비만까지도 체내 미생물 분포와 관계가 깊다.
건강한 사람 거의 모두가 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병원균이 활동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태어나면서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유익한 미생물 덕분이다. 실제로 여성의 질내 박테리아 구성비는 출산을 앞두고 변화를 나타낸다. 이는 태아가 처음으로 미생물을 접하게 되는 산도를 좀 더 적절하게 정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태아는 무균상태지만 출산시 산도를 통과할 때 어머니의 질에 있는 박테리아를 얻는다. 출생 후 2, 3년간 아기의 미생물 군집이 성숙해가는 동안 면역계도 이와 조화를 이루면서 함께 발달한다. 제왕절개로 태아난 아기의 미생물 군집은 자연출산한 아기의 것과는 큰 차이가 나타난다.
면역 및 우울증
미생물군의 영향은 단순히 신체적 질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우울증, 불안장애나 자폐증과의 연관성도 드러나고 있다. 라임병을 일으키는 기생충에 감염되면 2/3 가량의 환자들이 우울증을 겪는다. 또 우울증을 유도한 쥐에게 미생물군을 투여하면 신경전달물질의 분비에 변화가 일어나 우울증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불안 장애의 경우, 장내 정상미생물총이 흔들린 환자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데, 주요 장내 감염증 중 하나인 캄필로박터균(Campylobacter jejuni)에 감염된 쥐의 경우 불안 행동을 보였다.
스트레스는 주요우울증 발생의 주요한 인자이다. 스트레스는 결과적으로 CRH(corticotropin releasing hormone)와 vasopressin에 의해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 HPA axis)을 활성화시킨다. 유산균은 IL-10을 증가시키고 HPA axis의 활성을 억제한다.
[그림. 유산균의 우울증 억제 기능]
장내미생물의 신경전달 기능
L. rhamnosus를 먹인 쥐에서 불안증세가 호전되었으며 신경전달물질인 GABA가 활성화되었다. 작용기전을 확인하기 위해 미주신경절단술을 시행한 뒤 유산균이 들어있는 수프를 먹인 쥐를 관찰한 결과 유산균이 주는 효과가 사라짐을 확인하였으며, 이 실험으로 장내미생물이 미주신경을 통해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유산균을 먹은 쥐가 스트레스도 적게 받았다. 수영 실험 뒤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오는 호르몬인 corticosterone 분비량을 측정한 결과 유산균을 먹은 쥐의 분비량이 대조군에 비해 더 적었다.
[그림. 스트레스호르몬(corticosterone)의 분비량 비교]
[그림. 미주신경절단술의 효과]
유산균으로 수행한 임상시험
과민성대장증후군(IBS)은 우울 및 불안과 깊게 연관된 질환이다. B. infantis와 L. slivarius를 이용한 위약 대조 시험에서 B. infantis가 유의한 개선효과를 보였다.
L. helveticus와 B. longum을 병용 투여한 시험에서는 불안 및 우울증상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또한 L. casei로 만성 피로 증후군 환자를 치료한 결과 유의한 개선효과가 나타났다.
인체와 공존하며 다양한 기능??수행하는 미생물이 향후 우울증, 불안 및 기타 정신장애를 치료하는 새로운 방안으로 연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Timothy G. Dinan, et al. Psychobiotics: A Novel Class of Psychotropic. BIOL PSYCHIATRY 2013;74:720-726